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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치유해준 문장, 그리고 그 이후

by 참바당 2025. 5. 8.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옅어질 것 같지만, 실제로는 시간이 아닌 단 하나의 문장이 마음을 움직일 때 진짜 변화가 시작된다. 이 글에서는 ‘상처를 치유해 준 문장, 그리고 그 이후’라는 주제로 세 가지 흐름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첫 번째 소제목 ‘문장이 닿은 자리, 상처가 시작된 곳’에서는 상처를 자각한 순간의 이야기를, 두 번째 소제목 ‘한 줄의 문장이 나를 붙잡았을 때’에서는 문장을 통해 마음이 움직인 경험을, 세 번째 소제목 ‘그 문장 이후, 삶이 달라진 방식’에서는 그 문장이 이후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서술한다. 문장은 단지 읽는 것이 아니라, 살아낸 시간이기에 가능한 해석의 힘이다.

상처를 치유해준 문장, 그리고 그 이후
상처를 치유해준 문장, 그리고 그 이후

1. 문장이 닿은 자리, 상처가 시작된 곳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상처는 없었다. 그것은 아주 천천히, 보이지 않는 틈에서 번져나갔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웃고 있었지만, 마음 한켠에는 알 수 없는 무게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지친 하루의 끝, 말없이 방에 들어와 불을 끄고 누웠을 때, 그 무게는 온몸을 짓눌렀다. 그리고 그런 날들이 쌓이면서, 나는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주 늦게야 알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들은 말, 나 자신에게 했던 말, 혹은 차마 꺼내지 못한 마음속 말들. 그것들이 조용히 마음에 상처를 내고 있었다. “왜 그렇게밖에 못했을까”, “나는 왜 항상 부족할까” 같은 문장들이 반복되면서, 나는 나 자신을 공격하고 있었다. 그건 누군가의 외부적인 폭력보다 더 은밀하고, 더 깊은 고통이었다.

 

그 시기에는 어떤 위로도 피부에 닿지 않았다. 누군가 괜찮다고 말해줘도, 그 말은 허공을 맴돌 뿐 내 마음에는 스며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어?’ 하는 반감이 먼저 일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사람들과 거리를 두게 되었고, 결국 나 자신에게도 거리감이 생겼다. 그렇게, 나는 나를 돌보는 일을 놓아버리고 있었다.

 

그때의 나는 고장 난 나침반을 들고 계속해서 걸어가는 느낌이었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는데도 멈추지 못했다. 멈추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멈추는 대신, 무작정 버텼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견디며, 나는 상처가 내가 되어버리는 기분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2. 한 줄의 문장이 나를 붙잡았을 때

어느 날,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한 문장을 만났다. 지하철 안에서 무심코 꺼낸 책 한 페이지에 적혀 있던 그 문장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지금 이 고통이 너의 전부는 아니야.”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손이 멈췄고, 눈물이 천천히 고였다. 사람들 틈 사이에서 고개를 숙이고 책을 덮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그 한 줄이 나를 정면으로 마주 봤기 때문이었다.

 

그 문장은 위로를 주려 하기보다는, 나의 고통을 조용히 인정해주는 말이었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이 전부는 아니라고, 지금 이 아픔이 삶의 끝이 아니라고. 그 말이 다정하게 들린 이유는 그것이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내 상태를 바라보게 해주는 말이었다.

 

문장이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누가 건네준 말도 아니었고, 내가 찾으려 했던 말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 말은 정확히 내가 가장 약해져 있을 때, 가장 필요한 방식으로 도착했다. 문장은 말보다 더 깊게, 더 천천히 스며들었다. 그 한 줄이 내 마음 어딘가에 부드럽게 닿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나는 그 문장을 다시 찾아 읽기 시작했다. 메모장에 적어두고,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바꿔놓기도 했다. 그 문장은 이제 하나의 ‘말’이 아니라, 내 마음속 하나의 ‘공간’이 되어 있었다. 힘들 때마다 돌아가 앉을 수 있는 작은 쉼터 같은 곳. 나는 그 문장을 통해 내 감정을 말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법을 배워가고 있었다.

 

3. 그 문장 이후, 삶이 달라진 방식

문장이 내 삶을 바꾸었다고 말하면 과장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문장은 내 안에서 아주 서서히, 그러나 분명하게 변화를 일으켰다. 예전 같으면 스스로를 탓하고, 쉽게 무너졌을 순간에도 이제는 먼저 숨을 고르고, 마음속에 그 문장을 꺼내본다. “이 고통이 전부는 아니야.” 그 문장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기보다, 나를 부드럽게 지탱해 주었다.

 

사람들은 상처를 잊어야 치유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 문장을 통해 달라진다. 상처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품고도 살아갈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내 마음의 결을 바꾸기 시작했다. 더 이상 완벽해지려 애쓰기보다, 흔들리더라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그 문장을 만난 이후, 나는 다른 문장들을 대하는 태도도 바뀌었다. 책을 읽을 때마다 혹시 또 하나의 문장이 나를 움직일까 기대하게 되었고, 평소엔 그냥 흘려보냈을 말들도 더 유심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문장은 단지 의미의 전달이 아니라, 감정의 공유라는 사실을 몸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내 상처를 더 이상 숨기지 않게 되었다. 그건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 문장을 통해 살아남은 흔적이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나는 힘든 날마다 그 문장을 꺼내 읽는다. 더 이상 눈물은 나지 않지만, 여전히 마음은 고요하게 울린다. 그 문장은 내 안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고, 나는 그 문장 덕분에 오늘도 나 자신과 조금 더 가까워졌다.

 

마무리

지나고 나서야 깨달은 것이 있다. 상처는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 상처를 안은 채로도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문장이 있었다. 그 문장은 내게 무언가를 가르치려 들지 않았고, 그냥 조용히 옆에 머물러주었다. 그 덕분에 나는 비로소 아픔을 말할 수 있었고, 말함으로써 조금씩 치유될 수 있었다.

 

단 하나의 문장이 인생을 완전히 바꾸진 않았지만, 그 하루를 버틸 수 있는 힘은 되어주었다. 나는 그 문장을 품고, 여전히 흔들리면서도 다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상처는 여전히 나를 따라다니지만, 이제는 그 상처를 다르게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시절, 나를 붙잡아준 그 문장 덕분에 오늘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고 믿게 되었다. 문장이 내 마음을 꿰뚫었던 그 순간 이후, 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