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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받지 못했지만 빛나는 문장들

by 참바당 2025. 4. 28.

빛나지 않아 더 귀한 문장들, 나만의 명문장 찾기, 구석진 문장으로 쌓는 나만의 문장집에 관한 이야기.

주목 받지 못했지만 빛나는 문장들
주목 받지 못했지만 빛나는 문장들

 

1. 빛나지 않아 더 귀한 문장들

세상은 언제나 '화려한' 문장에 열광한다. 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문장, 베스트셀러 속의 인용구, 유명 연설문 속 문장들. 그런 문장들은 쉽게 주목받고 공유된다. 반짝이는 조명을 받으며 누구나 읽고, 감탄하고, 또다시 퍼 나른다. 그런데 가끔은 조명 바깥, 누구의 이목도 끌지 못한 작은 문장에서 진짜 보석을 발견하는 순간이 있다.

 

나는 그런 순간을 사랑한다. 사람들이 지나쳐 버린, 책의 구석에 조용히 숨어 있던 한 문장. 소설 속 단역처럼 스쳐 가는 인물의 대사, 에세이 한 귀퉁이에 적힌 짤막한 고백, 오래된 일기장 끝자락에 적힌 작은 문구.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묘하게 내 마음을 건드리는 문장들.

 

이런 문장은 대개 거창하지 않다. 철학적인 깊이나 문학적인 화려함도 없다. 오히려 단순하고 담담하다. 하지만 바로 그 솔직함이 깊은 울림을 만든다. 누구에게는 평범한 문장이었을지 몰라도, 나에게는 인생을 통째로 설명해주는 문장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오래전에 읽었던 한 수필집 구석에 이런 문장이 있었다.

"나는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좋아하고 싶었다."

아무도 따로 인용하지도 않았고, 책 소개에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 문장을 읽고 책을 덮은 채 오랫동안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오랫동안 말하고 싶었지만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화려함 뒤에 숨어 있는 보석 같은 문장들. 그것들은 세상에 자랑하기 위해 쓰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렇게 조용히, 진심만을 담아 있기 때문에 더 오래, 더 깊이 남는다.

 

2. 나만의 명문장 찾기: 방법과 태도

구석진 명문장을 발굴하는 건 보물찾기와도 비슷하다. 눈에 띄는 것만 찾는다면 놓치게 된다. 오히려 천천히, 느긋하게, 조급하지 않은 마음으로 문장들 사이를 걷다 보면, 어느새 빛나는 한 줄을 발견하게 된다.

 

나만의 명문장을 찾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건 '서두르지 않는 것'이다. 책을 읽을 때든, 누군가의 글을 볼 때든, 유명하거나 눈에 띄는 문장만을 쫓지 않는다. 때로는 주목받는 구절들을 의도적으로 지나치기도 한다. 대신 발밑에 떨어진 조각,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뒷모습을 바라본다.

 

예를 들어 오래된 시집을 펼쳐놓고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이 시의 대표 구절은 뭘까?"가 아니라 "내 마음에 먼저 닿는 말은 무엇일까?"여야 한다. 그리고 그 문장이 화려하지 않아도, 심지어 다소 어설퍼 보여도 괜찮다. 중요한 건 '나와의 연결감'이다. 세상 모두가 지나쳐도, 내가 멈춰 서게 한 문장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나는 가끔 책을 읽다가 마음에 걸리는 문장을 발견하면 책 귀퉁이를 접는다. 그 문장에 밑줄을 긋거나 별표를 쳐두기도 한다. 어떤 문장은 그 순간에는 그냥 좋아서 표시해두지만, 시간이 지난 뒤 돌이켜 보면 그 문장이 나에게 준 울림이 더 커져 있기도 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다시 깨닫는다. 누가 뭐라든, '나만의 명문장'은 결국 내 안에서 태어나는 것이라는 걸.

 

명문장은 누가 정해주는 게 아니다. 수상작도 아니고, 베스트셀러도 아니고, 심지어 맞춤법이 조금 틀려 있어도 괜찮다. 내 삶과 맞닿아, 내 마음을 건드리는 단 하나의 문장. 그것이면 된다.

 

3. 구석진 문장으로 쌓는 나만의 문장집

조용히 발견한 명문장들은 그냥 흘려보내기 아깝다. 그래서 나는 하나의 습관을 만들었다. 구석진 명문장을 모아 ‘나만의 문장집’을 만드는 것. 누가 볼 것도 아니고, 보여줄 것도 아니다. 오직 나를 위한, 나만의 책이다.

 

처음에는 그냥 메모장에 문장들을 적어두는 정도였다. 그런데 시간이 쌓이면서, 이 작은 기록들이 나를 얼마나 단단하게 만들었는지 알게 됐다. 힘든 날은 그 문장집을 펼쳐본다. 그리고 내가 한때 사랑했던, 혹은 버텨냈던 마음을 다시 마주한다.

 

가끔은 문장과 함께 그때의 나를 적는다.

"이 문장을 만났을 때 나는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너무 지쳐 있었다."

"이 문장을 발견했을 때, 밤새 울던 아침이었다."

문장은 그대로인데, 거기에 얹힌 기억이 쌓여서, 문장이 훨씬 더 깊은 의미를 가진다.

 

예를 들어 이런 것도 있었다.

어느 오래된 신문 칼럼 구석에 있었던 문장.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늘을 무사히 넘기는 것뿐."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넘겼는데, 어느 겨울, 정말 하루를 버텨내기도 벅찼던 시기에 이 문장이 다시 떠올랐다. 그리고 나를 붙들어 주었다. 그때부터 나는 이 문장을 내 문장집 첫 페이지에 적었다.

 

구석진 명문장을 수집하는 것은, 결국 '내 삶을 수집하는 일'이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작은 문장들이, 내 안에서 살아 움직이고, 나를 만들어간다. 그렇게 쌓인 문장들은 언젠가 나 자신을 지탱해 줄 작은 등불이 된다.

세상은 늘 눈부신 것만 원하지만, 나는 오늘도 조용히 어두운 곳을 살핀다. 그곳에, 나만의 빛나는 문장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마무리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구석진 문장들. 그 작은 문장들이,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내 삶을 지탱해준다. 오늘도 나만의 보석 같은 한 줄을 찾아 천천히 걷는다. 눈부시지 않아도 괜찮다. 오히려 그런 문장이 오래도록 마음속에서 빛난다.